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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해가 지길 기다리며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해가 지길 기다리며

하루의 해가 질 시간이 다가온다.고된 노동이 지나고 휴식의 시간이 온다. 하지만 목표를 가진 사람에게 저녁은 휴식이 아니라‘특별한 추가 시간’이라고 믿는다. 내게 주어진 이 추가 시간을얼마나 잘 쓰느냐가그날, 그리고 다음날과 그 주, 그 달을 결정한다. 요즘 들어 나는 다시 무너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좋지 않은 일들이 잇따랐고, 

내 자신과의 약속에 미치고 싶다.

내 자신과의 약속에 미치고 싶다.

뜨거운 날씨가 이어진다.숲은 여전히 초록의 향기를 품고, 햇빛은 가혹할 만큼 내려쬔다.그래도 이제는 뜨거움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스민다. 고통스럽던 여름이 한풀 꺾이며,숨통이 트이는 순간—돌파구가 보인다. 결국 끝은 온다.남보다 더 힘들었든 덜 힘들었든, 고통의 끝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다면우리는 그 끝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 부자들의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파란 하늘 위로 멀리멀리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파란 하늘 위로 멀리멀리

높게 솟은 나무, 그보다 더 높이 펼쳐진 하늘.
서로 어우러져 오늘이 빛났다.
오늘의 시작은 그야말로 난리법석이었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눈꺼풀을 두드릴 때,
묘하게 상쾌했다. 동시에 깨달았다.
아, 지각이다.

퇴근 후 운동, 블로그, 영어 공부까지—
스스로 ‘갓생’을 살아 보겠다고 하루를 꽉 채우다 보니
몸이 작은 신호를 보낸다.
“살려 달라.”

문득 생각한다.
왜 부지런한 삶은 더 힘들게만 느껴질까.
늘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모든 걸 감당하며 웃을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그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긍정’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웃으면서 넘기자.”
그 마음가짐 말이다.

나도 오늘의 하늘처럼
파란 마음으로 가벼운 날개를 달고,
더 멀리—조금씩—날아가고 싶다.

순간의 기록 – 새로운 한 획

순간의 기록 – 새로운 한 획

8월 중순이 넘어가며, 계절은 서서히 우리 앞에 다가온다.마지막 뜨거운 여름을 지나, 곧 가을이 문을 두드린다. 하늘은 더 푸르고 높아질 것이며,산속의 나무들은 저마다의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나 역시 가을을 맞으며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다.다른 이들에겐 똑같은 계절일지라도,나에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재도약의 순간이길 바란다. 이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오늘은 참 묘한 하루였다.더운 날씨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 이제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곧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옷이 홀딱 젖을 만큼 비를 맞으니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일을 멈출 수 없어 비를 맞으며 계속했는데,그 순간만큼은 힘들다기보다오히려 

순간의 기록 – 사라지기 전에, 초록을 기록한다.

순간의 기록 – 사라지기 전에, 초록을 기록한다.

발목을 스치는 풀잎과 얽혀 자란 가지들이 좁은 길 위로 그늘을 드리운다.

나는 일을 하러 왔다.
오늘의 일은 벌목이다
곧 이 초록은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라지기전에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초록의 마지막을
찍어주려 한다.

출입 금지 지역 안에 있는 이곳은
아무도 오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지만,
시설의 정비를 위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렌즈 속 숲은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뒤에서는 굴착기와 전기톱 소리가 겹쳐 들린다.

인간의 편안함을 위해,
한때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던
이 숲을 정리한다.

이 사진을 다시 볼 때면 공사는 끝나있겠지만,
나는 그날의 공기와 풀 냄새, 여리게 내리던 빗소리,
신발까지 스며들던 젖은 흙의 감촉을 생생히 떠올릴 것이다.

사라질 것들을 기록하는 일 또한,
내가 원하는 순간을 붙잡는 방법일지 모른다.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우울을 가져가준 파도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우울을 가져가준 파도

바다가 보고 싶어, 주말 퇴근 후 무작정 바다로 향했다.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마음 한켠엔 이미 바람 냄새가 스며들었다. 도착한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무거운 마음을 조용히 씻어내 주었다. 철썩, 철썩—파도소리가 귀에 들어올 때마다내 걱정거리는 조금씩 희미해졌다. 아득히 이어진 수평선을 바라보며,내 안의 우울함이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 오늘도 달 보러 갑니다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 오늘도 달 보러 갑니다

요즘 따라, 마음이 쉽게 붕 뜨는 기분입니다.무언가 크게 바뀐 것도 아닌데, 허전함이 가득 차오르는 날들. 나름 잘해오고 있다고 믿었던 일들은조용히 어그러지고 있었고,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관계는파국을 향해 걷고 있었죠. 마음 한 켠이 쑥 비어버린 느낌.텅 빈 공간에서 부는 감정의 폭풍은,생각보다 훨씬 거셌습니다. 입에 달고 사는 말,“힘들다.”“못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오키나와의 바다, 잠깐의 휴식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오키나와의 바다, 잠깐의 휴식

작년 이맘때쯤, 오키나와를 다녀온적이 있다.

날이 푹푹 찌던 오키나와에서 나는 바다가 보고 싶어

터벅터벅 숙소에서 바닷가까지 걸었다.

이색적인 풍경과 내가 봐오던 길과는 다른 분위기.

햇살은 강했고, 바닷가 특유의 끈적한 바람은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해변까지 가는 길은 멀었고, 처음 걷는 그 길은

내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히 나는 길을 잘 찾는 편인지

핸드폰 지도 하나만 보고 찾아간 바다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땀은 주르륵 흐르고,

고개를 돌리니 마침 나무 그늘 아래

크고 평평한 돌 하나가 보였다.

잠깐 그 위에 앉아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에 딱 좋은 그런 돌.

그 돌 위에 앉으니 펼쳐진 풍경.

고생 끝에 도착한 이 바다는

내게 조용히 휴식이라는 선물을 건넸다.

잠시 앉아 쉬고 있으니,

옆에서 시원한 음료를 파는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파도 소리,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소심한 나지만 ‘이건 꼭 찍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찰칵’, 또 ‘찰칵’.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장 찍고 들여다보고, 다시 찍고 또 들여다보는 걸

반복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선 힘들지 않겠다.

햇빛은 나무가 막아주고,

돌은 나를 조용히 받쳐주었다.

아, 잘 왔다. 정말 잘 왔다. 여기.

“누군가에게도, 이런 바다가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