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동네가 건네는 안부

알람을 끄고도 한참을 뒤척이다가,
늦은 아침의 햇살을 따라 동네를 걸었다. 오늘의 할 일은 하나—잘 쉬기.
사거리에 서니 노란 신호등이 잠시 멈춤을 알려주고,
초록이 짙은 가로수는 바람에 잎사귀를 한 번 털어낸다.
편의점 간판 불빛은 대낮에도 묘하게 따뜻하고,
파라솔 아래 놓인 의자들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듯 비어 있다.
하늘은 과장 없이 파랗고, 구름은 건물 지붕에 걸터앉아 천천히 흘러간다.
평소엔 지나치던 풍경이 오늘은 선명하다.
카메라 달린 가로등, 노란 횡단보도, 건물 사이사이의 그림자—사소한 것들이 모여 하루의 리듬을 만든다.
마음이 번잡해질 때마다 이 장면을 떠올리기로 한다.
“괜찮아,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허락을 주자,
숨이 한결 고르게 내려앉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벼워진 발걸음이 바닥을 톡톡 두드린다.
다음 쉬는 날에도 이 길을 다시 걸을 것이다.
잘 쉬는 연습이, 의외로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배워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