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남긴 이야기 – 우울을 가져가준 파도

바다가 보고 싶어, 주말 퇴근 후 무작정 바다로 향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마음 한켠엔 이미 바람 냄새가 스며들었다.
도착한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무거운 마음을 조용히 씻어내 주었다.
철썩, 철썩—
파도소리가 귀에 들어올 때마다
내 걱정거리는 조금씩 희미해졌다.
아득히 이어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안의 우울함이 바람처럼 가벼워졌다.
푸르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 앞에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좁아졌던 마음이
이 순간만큼은 바다처럼 넓어졌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단순했다.
책 한 권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를 친구 삼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는 것.
그 단순함이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
혼자 온 바다.
누구의 시선도, 방해도 없는 시간.
오늘만큼은 게을러도 괜찮다.
삶이 힘들 때는
흐르는 강처럼, 불어오는 바람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걸,
오늘의 바다가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