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기록 – 사라지기 전에, 초록을 기록한다.

발목을 스치는 풀잎과 얽혀 자란 가지들이 좁은 길 위로 그늘을 드리운다.
나는 일을 하러 왔다.
오늘의 일은 벌목이다
곧 이 초록은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라지기전에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초록의 마지막을
찍어주려 한다.
출입 금지 지역 안에 있는 이곳은
아무도 오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지만,
시설의 정비를 위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렌즈 속 숲은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뒤에서는 굴착기와 전기톱 소리가 겹쳐 들린다.
인간의 편안함을 위해,
한때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던
이 숲을 정리한다.
이 사진을 다시 볼 때면 공사는 끝나있겠지만,
나는 그날의 공기와 풀 냄새, 여리게 내리던 빗소리,
신발까지 스며들던 젖은 흙의 감촉을 생생히 떠올릴 것이다.
사라질 것들을 기록하는 일 또한,
내가 원하는 순간을 붙잡는 방법일지 모른다.